1. 시사기획 '쌈' 그 후 2년
2년전, 시사기획 '쌈'에서 '공부하는 대학농구 선수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연세대학교 농구부 선수들을 촬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연대는 박건연 감독 퇴진 이후 전주고에서 28연승의 대기록을 세운 김만진 감독을 막 사령탑에 앉힌 상황이었는데, 분명 성적에 대한 압박이 있었을텐데도 불구하고 김만진 감독이 어렵사리 프로젝트에 동의했었죠.
그 후 이번 대회가 연맹전 첫 우승입니다. (전국대회는 얼마 전 전국체전 금메달을...) 결국 '공부도 하는 운동선수'로는 대학 무대를 평정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 아닐까 합니다. 뭐 상식적으로 당연한 이야기죠. 다른 팀 선수들은 낮에도 운동을 하니까요. (본 포스트와는 관련 없는 이야기지만 그런 의미에서 대학 리그제 시행과 선수들의 수업권 보장은 우리 체육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선 중대전을 제외하면 거의 매 경기 손쉬운 승리를 거둔 연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약간 어부지리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고대는 이미 정기전 완패에서 드러났듯 올해는 완전히 맛이 가서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상성상 연대가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중대는 오세근이 부상으로 빠졌습니다. 그나마 1차 연맹전에서 연대를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던 경희대 정도가 걸림돌이었는데, 결국 예상대로 결승에서 맞붙었죠. 우승은 축하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연대가 과거의 최강전력을 회복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2. 저학년이 주축이 되서 만들어낸 의미있는 첫 우승
이번 대회 MVP는 4학년이자 주장인 박형철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박형철은 이번 대회에서는 별로 한 게 없었습니다. 물론 기록상으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예전처럼 연대 전력의 중심이라는 느낌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도 중대전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에서의 연대 경기력은 크게 흠 잡을 곳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다른 선수들이 박형철의 몫을 해줬다는 이야기겠죠. 고무적인 것은 그 주축이 모두 저학년 학생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연대의 주전 라인업은 박경상(1) - 박형철(4) - 이정현(4) - 김승원(2) - 김민욱(1)이었습니다. 여기에 핵심 벤치자원으로 김지완(1)과 민성주(3)가 중용되었죠. 물론 박형철이 빠졌을 때는 김지완과 박경상 1학년 듀오가 주전으로 출전해 호흡을 맞췄습니다. 결과적으로 박형철의 기여도가 낮은 상태에서 우승을 차지한 셈입니다. 그래도 연대는 충분히 강했고요.
이제 명실상부 연대의 중심으로 성장한 김민욱은 경복고 시절보다 정말 많이 성장했습니다. 고교 시절부터 더블 포스트의 한 축을 맡았던 것이 확실히 연대 전술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김승원 - 민성주의 조합이 생각보다 효율이 좋지 않았던 데 반해 김민욱 - 김승원 콤비는 호흡도 잘 맞고 플레이 스타일이 판이하게 달라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나고 있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를 보니 김승원도 김민욱의 넓은 활동 반경과 다양한 공격 패턴을 살리기 위해 좀 더 궂은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졸지에 백업으로 밀린 민성주가 좀 불쌍하긴 한데, 사실 이 친구에게는 지난 3년간 워낙 많이 데여서 개인적으로는 기대를 완전히 접은 상태입니다. 앞으로도 그냥 벤치에서 나와서 잘 버텨주기만을 바랄 뿐. -ㅅ-
고교 최고의 득점기계였던 박경상은 연대 진학 후 1번으로 시험 기용되는 횟수가 많았는데, 과연 내년에 김만진 감독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기대됩니다. 중대전 대역전승을 이끌어낸 것도 결국 박경상의 클러치 능력이었고 결승전에서도 최다득점자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처럼 박경상을 기용하는 것이 과연 좋은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송도고의 슈퍼에이스 출신 김지완도 1,2번 백업으로 계속 기용되고 있는데 내년엔 부상에서 회복된 김현호까지 돌아오니 팀내 백코트 주전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 같네요.
3. 성공적인 리쿠르팅, 연대의 미래는 큐트하다!!
앞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만, 내년에 연대는 주전력이었던 박형철과 이정현이 빠집니다. 그래도 저는 전력이 약화될 것이라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승의 주축이었던 1학년들이 성장하고 좋은 선수들이 계속 들어올 향후 2-3년간이 연대 농구의 또 다른 중흥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0년 리쿠르팅에서 포워드 영입에 주력한 연대는 포워드 최대어 전준범과 마찬가지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김창모 영입에 성공했습니다. 전준범의 경우 이미 작년부터 고교 최고의 포워드 중 한 명으로 꼽혀왔던 선수인데, 최강의 인사이드를 보유한 경복에서 성장한 덕분에 이제는 3번으로 완벽히 정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기회만 생기면 덩크를 시도하고 여유가 있을 땐 수비 앞에서 대놓고 3점슛을 던지는 등 퍼포먼스성 플레이가 많은 선수라 화려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사실 지난 2년간 '레알 경복' 수비의 핵심이었을만큼 수비 마인드가 투철한 선수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김창모의 경우 전형적인 원맨 에이스팀의 득점기계 유형의 선수인데, 개인적으로 경기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자세한 언급은 생략하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다른 스타일을 지닌 동포지션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지요.
여기에 더해 최근 쇼킹한 소식을 접했는데, 이미 1학년 때 부터 고교 최고의 빅맨 중 하나였고 2학년인 지금은 경쟁자를 찾을 수 없는 부동의 고교 No.1 선수인 용산고 이승현도 연대행이 잠정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이 선수가 입학할 2011년이면 김승원이 4학년, 김민욱이 3학년이니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루어질테고 말이죠.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승현 뿐만이 아니라 현 고교 2학년 중 'No.2 빅맨'인 주지훈까지 연대에 입학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연대는 서로 다른 플레이스타일을 지닌 2011 학번 빅맨 랭킹 1,2위 선수를 모두 영입할 수 있게 됩니다.
11학번은 03,04,07학번과 함께 장차 한국 농구를 이끌어갈 대형 유망주들이 득실거리는 세대입니다. 그 중에서도 이승현은 단연 독보적인 선수이며 주지훈은 현재 그런 이승현의 유일한 라이벌로 여겨지고 있는 선수입니다. 이 두 선수 외에도 좋은 재목들이 상당히 많은데 현재 적지 않은 선수들이 연대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당장 내년까지는 왕자 오세근이 졸업반으로 남아있고 고교 최장신(217) 선수인 김병오가 가세하는 중앙대와 10학번 전체 랭킹 1위에 빛나는 김종규가 가세할 경희대의 전력이 만만치 않겠지만, 11학번들이 입학하는 순간부터 연대 독주가 펼쳐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김승원-김민욱-이승현-주지훈으로 이어지는 빅맨 라인업은 그런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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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09년도 대학농구도 마지막 농구대잔치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10학번 신입생들의 모습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자 06학번들의 마지막 아마추어 대회이기도 하지요. 화려했던 신입생 시절 이후 3년간 '날개 꺾인 독수리'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설움을 겪어야 했던 박형철, 이정현 두 선수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덧. 박형철은 제발 프로에서는 1번으로 정착할 수 있기를... 이정현은 뭐...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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