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 잡설 1 - 외국인 선수 제도 ┗ 한국농구


'외국인 선수제는 왜 한국농구를 망쳤나' - 이준목 기자

"외국 선수 제도 탓하지 말라" - 추일승 감독


매니아에서는 별로 이슈가 되지 못했지만, 알럽과 농갤, 기타 재야 블로그에서는 이준목 기자와 추일승 감독의 대조적인 견해가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뭐 결론적으로는 - 예상대로 - 둘 다 까이는 것으로 결말을 맺긴 했지만 말이다. 이준목 기자는 예나 지금이나 알럽 국농게시판의 글을 취합, 편집하여 기사로 재생산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욕을 먹었고, 추일승 감독은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빨 감독다운 발언이었다고 까이고 있다. 맥기-리치라는 환상적인 조합을 만들어 준우승까지 차지한 감독 입에서 외국인 선수 제도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개인적으로 둘 중 한 명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면 이준목 기자의 손을 들어주긴 할 것이다. 그러나 오해는 마시라. 나는 평소에도 추일승 감독의 학구열과 자신의 농구지식/전술을 일선 지도자들과 공유하려 하는 그의 열린 사고 방식을 흠모해왔던 사람이다. 다만 이번 건에 한해서만큼은 추감독의 견해를 지지할 수 없다는 이야기 되겠다. (그런 의미에서 추감독의 홈페이지를 소개한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냉큼 가보시라. http://basketkorea.com )

그렇다면 이번 '텐진 참사'의 원인이 전적으로 잘못된 외국인 제도에서 기인한 것일까? 물론 아니다. 이준목 기자의 외국인선수제도 드립도 한국농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연속 기사 중 마지막 편에 해당하는 글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현재의 한국농구에 변화의 바람이 필요하다는 것 만큼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감하는 분위기다.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를 전후해서 국내 농구관련 웹 사이트/커뮤니티를 비롯하여 각종 언론 기사, 잡지, 비주류 재야 블로거들의 포스트까지 두루 살펴보았는데 대부분 09-10 시즌 개정될 외국인 선수제도를 반기고 있었다. 물론 이참에 아예 외국인선수제도를 폐지시켜야 한다거나, 반대로 가드 1명 센터1명을 뽑아 가드 포지션에서도 무한 경쟁이 펼쳐지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과격한 의견도 있었지만 말이다. 급진적인 개혁을 원하는 팬들에겐 불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겠지만, 2인 보유 1인 출전으로 개정된 것만으로도 '우선은'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분명 저 위의 높으신 분들 중엔 이마저도 반대하는 분들이 분명 존재하고도 남았을테니 말이다.

농구 하는 것을 즐기고 경기장도 제법 자주 찾아가는 농구팬의 입장에서 피트 마이클과 크리스 윌리엄스, 단테 존스같은 뛰어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관전할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행운이었다. 그러나 차원이 다른 이들의 플레이를 즐기는 것에 취해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씁쓸함이 밀려온다.

90년대에 태어나 2000년대에 KBL을 보고 자란 어린 농구팬들은 손이 부러지고 얼굴이 찢기면서도 팀을 최종전까지 이끌며 KBL의 유일무이한 준우승팀 MVP로 선정된 허재의 플레이를 상상할 수 있을까? 매 경기 2,30점을 집어 넣으며 외국인 선수와 치열한 득점왕 경쟁을 펼쳤던 조성원같은 선수가 있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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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우쓰우쓰 2009/08/20 23:20 # 답글

    참 글을 잘쓴단 말이지.ㅎㅎ

    나도 딱 그 정도 선에서 생각이 머무는 것 같아서 스스로가 얄밉기도 하네.
  • DreamTime 2009/08/20 23:32 #

    칭찬은 므흣~

    이란이 중국 바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는데...
    글이 안 써져 ㅠㅠ
  • 에라이 2009/08/21 00:25 # 답글

    이거 관해서 얘기 좀 쓰고 싶었는데...역시 신분이 신분이다 보니 머리가 굳어버리네요
  • DreamTime 2009/08/21 15:35 #

    그 때 굳은 머리가 죽을 때 까지 안 풀린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제가 산 증인이라죠. ㅎㄷㄷ
  • 『pene』 2009/08/21 02:31 # 답글

    장단점이 있었는데, 역시 단점이 크게 느껴지네요..

    장점을 생각하기에는 최근에 개떡같은 오리온스보고있자니 열불밖에 안나네요;; 특히나 핏마있을당시에 오리온스는.... 캐초울트라스폐셜사기유닛 + 약간의 도움주는 승돌이 + 3명의 꿔다논보릿자루...
  • DreamTime 2009/08/21 15:34 #

    그 때와는 전혀 달라질 오리온스에 대한 포스트를 막 작성하려 했었는데..
    부대에서도 인터넷 자주 할 수 있다 하니 나중에라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이번 시즌엔 전자랜드와 더불어 오리온스 경기를 가장 많이 보게 될 것 같습니다.
  • 바른손 2009/08/21 11:08 # 답글

    저 홈페이지 상당히 잘 꾸며놨네요.코치보드는 많은 도움이 될 것같구요.
    이런 곳이 있었군요.

    뚜따님의 글들을 기대해봅니다.
  • DreamTime 2009/08/21 15:33 #

    저도 도움을 많이 받을 것 같습니다. 직관이 힘든 아마농구에 대한 리뷰도 계속되었으면 좋겠네요. ^^
  • 델카이저 2009/08/21 16:46 # 답글

    장기적인 플랜을 세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주는 사례죠...

    반대로 여자부의 경우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서 정말 국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도 수긍할 수 있었지요.. 국대 나가면 국내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농구에 속수무책으로 발리고는 했으니..(우리도 엄청 터프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국제대회에서는 훨씬 터프하더라는ㅋㅋㅋㅋ)


    1명 정도라도 사실 그 1명은 99.9%센터가 될 겁니다. WKBL이 그 사실을 입증했었지요.. 국대 경쟁력만 생각한다면 농구에서는 외국인 제도 폐지하고 팀 숫자를 줄인 다음에 잦은 해외 평가전을 갖는게 가장 좋습니다. KBL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지만요..

    사실 KBL에서도 외국인과 경쟁력이 있는 제대로 된 빅맨을 보유한 팀은 극소수인데.. 이 팀들 마저도 4번이나 5번을 영입해서 더블포스트 구축하느게 승리에 지름길입니다. 제도 부분은 WKBL이 가장 잘 앞서나가는 편인데.. 이쪽하는 거 두루 보면.. 어차피 한국에서 프로리그의 흥행을 유지한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국대 경쟁력을 상당부분 희생하는 수 밖에는 없을 듯 합니다.
  • DreamTime 2009/08/21 19:16 #

    프로리그 흥행이라는 명분하에 매 시즌 더 강력한 외국인 선수 영입에만 골몰하다 망한 나라가 바로 필리핀이죠. 지금까지의 작태로 보아 KBL은 외국인선수 제도가 한국농구의 미래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번에 개망신 당한 후에야 부랴부랴 KBA와 연합해서 종합적인 강구책을 찾아보겠노라고 말했을 정도니까요.

    그동안은 '그래도 기본은 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외국인 선수가 리그를 초토화시키는 것을 방관해 왔습니다만, 그 안에서 살아남은 '엘리트'인 국가대표 선수들 마저 제대로 패턴 하나 못 짜고 1 on 1도 시도 못하는 모습을 봤으니 똥줄 꽤나 탈 겁니다.

    더 이상 흥행운운 하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꼴을 방관하며 주판알만 튕기기엔 사안이 너무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 델카이저 2009/08/22 07:44 #

    이 문제에 대해 포스팅을 하긴 했는데.. 사실 그 때는 외국인 제도는 필수적이긴 했습니다. 정말 어쩔수 없었어요;;; 솔직히 동양 같은 팀이 외국인 선수 없이 당대 최강이던 기아자동차 같은 팀을 상대로 경기를 했을리가 없으니까..

    한국처럼 저변이 좁은 나라에서는 제2, 제3의 기아자동차가 나올 뿐이죠.. 이건 리그 흥행을 떠나서 리그 존속 자체에 문제가 됩니다. 김철용의 호남정유가 10년동안 장기 독식하고 여배판을 완전히 초토화 시켰던 것처럼요.. 그나마 호남정유 해체되고 2~3년 지나서 김연경이 나오고 다시 프로화 하면서 여배가 좀 더 인지도가 높아진 겁니다만..


    아래 소닉님도 말씀하시지만 제 생각에도 워낙 선수풀이 좁은 상황에서 소위 "흥행"을 노리기 때문에 강제적인 전력평준화 방법이 등장할 수 밖에 없고.. 여기서 외국인 선수의 적절한 수준은 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와 매치업이 가능해야 하는 수준이 됩니다. 그런데 농구는 1~2명의 에이스만 있으면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사실 프로구단들도 그야말로 "생존"의 문제라 이들의 입장을 되돌리기는 참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참 많이 답답하긴 하지만 엘리트 체육에서 민주화된 국가를 맞이했고 그 과도기에서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되네요..
  • Fade Away 2009/08/21 18:06 # 답글


    저도 용병제의 단점은 리그 자체의 흥미에서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포지션이란 면에서 불공정 경쟁이고 최고의 흥행요소인 국내스타가 주연을 맡기 힘든 구조니까요. 가변적인 전력 때문에 전통적인 라이벌이 생기기도 힘들고...이제는 포맷 자체도 식상한 면이 있으니까요.
  • Fade Away 2009/08/21 18:07 # 답글

    다만 국대는 엘리트 시스템이고 극소수의 선수만 참가하는 경기의 경쟁력은 프로가 어떤 포맷으로 가도 (장기적인 관점으로도 결론을 내기 힘들죠) 별 영향이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 Fade Away 2009/08/21 18:10 #


    막말로 전면지역방어 아래서 예전의 슈터살리기나 찰거머리 마크 같은 개념을 다시 살려서 단기적으로 강팀을 상대로 지금보다 이변을 만들 수도 있겠죠. 그렇다고 그런 농구를 지향할순 없듯이 농구라는 종목에서 국대와 프로는 분명히 구분지을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DreamTime 2009/08/21 19:24 #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한국농구의 가장 중차대한 문제점은, 나라에서 제일 농구 잘 한다는 12명을 뽑아놨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격루트가 뻔히 제한되어 있는 양희종이 줄곧 팀내 리딩 스코어러 역할을 했다는 점만 봐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죠.

    지금처렁 용병농구에 길들여진 선수들을 데리고는 김남기식 10인로테이션을 돌려서 변칙적인 수비 전술과 속공 위주의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 외엔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 불꽃앤써 2009/08/23 00:33 # 답글

    개인적으로 이번 대표팀은 한계가 너무 뻔히 보여서 화가 났었습니다.

    말씀하신 그런 부분에서 답이 안 보이는 한계가 뚜렷한 농구를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조직력을 살리는 것이든 모션을 하는 것이든 선수 본인들이 하려고 하지 않으면 전혀 답이 없다고 봅니다.

    드리블하지 않고서 무슨 공간을 창출하겠는 가 하는 것인데, 선수들의 자신감없는 모습이라든지 한계가 너무 뚜렷이 보여서 안타까웠습니다.

    예전 선수들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초창기 용병과 대등하게 싸웠던 선수들 또한 붐을 일으켰던 대학농구 시절과 아마를 겪으면서 자신만의 스킬을 만든 선수들이었다는 점도 주목해볼만하다고 봅니다.

    전 개인적으로 외국인 선수 제도에 큰 거부감은 없다고 보고 있고, 김주성 같은 선수는 외국인 제도 하에서 오히려 실력이 늘었다고 보지만(본인이 그런 이야기를 한 기억이 있습니다. 스킬 등을 배우고 피벗 등을 배워서 연습해서 실력을 늘렸다는 등의) 역시 한계가 명백한 것도 사실인 듯 보입니다.

    가장 문제되는 것은 너무 몸빵형 용병을 추구한 것인 듯 싶고요.

    맥도웰 선수의 폐해겠죠.

    개인적으로 추일승 감독을 매우 존경하고 있지만 이번 건은 좀 아쉽네요.

    김남기 감독도 매우 존경했기에 대표팀 그만두실 때 약간 서운했는데 그런 느낌이 좀 듭니다.

    개인적으로 추일승 감독 떠나시고는 부산 팀 응원할 맘이 영 안 듭니다.^^;
  • DreamTime 2009/08/24 12:08 #

    웨이트 트레이닝을 비롯해서 전반적인 자기관리는 확실히 프로화 이후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예전만 못한 것 같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8-90년대에 선수생활을 했던 지도자들이 한결같이 '요즘 선수들은 자기 전문 분야 하나만 잘 한다', '키는 커졌지만 예전보다 기술이 못하다'라고 지적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아주 빵터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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